미국 아카데미는 훌륭한 작품을 손 쉽게 고르는 잣대를 제공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진 켈리와 스탠리 도넨이 공동 연출한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1952)는 그 잣대가 언제나 공정한 것이 아님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사랑을 비를 타고>는 뮤지컬 영화의 본산 MGM이 내놓은 불후의 명작으로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장르의 고전이 되었지만 개봉 당시에는 평론가들로부터 <파리의 미국인>(1951)보다 못한 부당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
<파리의 미국인> 역시 뮤지컬 배우의 지존 진 켈리가 타이틀롤을 맡아 제24회 아카데미에서 작품, 각본, 색채활영, 색채미술, 뮤지칼음악, 색채의상디자인의 6개부문에서 수상하고, 제작자 아서 프리드가 어빙 살버그상을 받고 진 켈리가 영화계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공로로 특별상을 받았다.
<파리의 미국인>이 그해 경합작품들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젊은이의 양지> 같은 영화사의 걸작들을 제치고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간에서는 제작사인 M.G.M.의 막강한 로비 덕이라고 웅성거리거렸다.
그러나 <사랑은 비를 타고>는 1953년 제25회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진 헤이근) 부분에만 올랐고, 그 마저도 수상하지 못하는 설움을 겪었다.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진 켈리가 연인과의 달콤한 키스 후에 감미로움에 빠져 우산을 빙빙 돌리면서 흠뻑 비를 맞으며 '사랑은 비를 타고'를 부르며 춤추는 장면은 단일 장면으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속 춤 장면1이자 영화사상 가장 로맨틱한 장면이라는 데는 대채로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사랑에 빠진 남성의 리듬을 완벽하게 표현한 진 켈리. 영화사상 불후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전환기 시절의 위태로운 영화산업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그 때 그 시절의 영화만들기 과정이 진지하고도 코믹하게 그렸다.
사운드가 도입되던 그 당시 방음 장치가 된 부스 속에 카메라가 들어가 있는가 하면, 부채로 어깨를 치는 소리가 마이크에 근접한 바람에 막대로 내려치는 소리로 들린다던지, 화면과 소리가 일치하지 않아 남여간의 대사가 뒤바뀌는 장면들은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 영화의 압권은 한 번의 롤 테이크로 촬영된 도날드 오코너가 '그들을 웃겨봐 Make Em Laugh'라는 노래를 부르며 경이로운 춤을 추는 장면이다.
오코너는 바보 마네킹을 파트너삼아 흔들기도 하고, 벽을 향해 달려가 뒤로 공중제비를 돌고, 흡사 힙합처럼 마룻바닥에서 재주를 넘고 벽돌담을 뚫고 나가 떨어지기도 한다. 이 파워풀한 춤장면은 요즈음도 재생하기가 힘들 것 같다.
이 영화에는 진 켈리, 도널드 오코너, 당시 19세였던 데비 레이놀즈등 세사람의 스타가 부르는 '모세가 이를기를 Moses Suppose', '굿 모닝', '브로드웨이 발레 Broadway Ballet', '춤을 춰야만 해! Gotta DAnce' 등의 많은 댄스곡들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진 헤이근은 이 영화에서 3류 잡지에서 자신이 주연배우 진 켈리와 사랑에 빠졌다는 기사를 읽고서 자신이 진 켈리와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믿을 만큼 전형적인 멍청한 금발미녀로 등장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금속이 부딪히는 듯한 째지는 듯한 목소리라 무대 위에서 립싱크를 하면, 데비 레이놀즈가 무대 뒤에서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그런데 데비 레이놀즈의 노래를 더빙한 것이 사실은 진 헤이근의 목소리였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일부에선 진 헤이근의 좋은 목소리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뮤지컬 영화의 필수요소인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실현하면서 막을 내린다. 진 켈리가 실제 목소리 연기를 한 데비 레이놀즈를 관객들에게 공개하면서 화려한 막을 내린다.
장르 뮤지컬,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 미국 | 103 분
감독 진 켈리, 스탠리 도넌
배우 진 켈리(돈 락우드), 도날드 오코너(코스모 브라운), 데비 레이놀즈(케이시 셀든), 진 헤이근(린다 라몬트 역), 밀러드 미첼 (심슨 역), (시드 카리스, 댄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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