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을 볼 때마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들곤 한다.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위의 간간히 보이는 수재들을 볼 때조차도 그러하니, 인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위대한 천재들의 이야기는 보통 사람들을 질리게 만든다.

밀로스 포만 감독의 <아마데우스>(1984)는 저 유명한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년 1월 27일 - 1791년 12월 5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모차르트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전설 가운데, 이 영화는 당시 빈궁전 음악장이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 (Antonio Salieri, 1750년 8월 18일 - 1825년 5월 7일)가 모차르트를 독살하였다는 이야기를 주요 모티브로 삼는다. 

이러한 입장에서 쓰여진 작품들이 알렉산데르 푸슈킨의 연극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세르게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피터 섀퍼의 연극 《아마데우스》등이고, 이 영화는 섀퍼의 연극을 바탕으로 했다. 

모차르트는 과연 천재답게 35세란 짧은 생애 동안 오페라 약 26곡, 교향곡 약 67곡, 피아노 협주곡 약 42곡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총 626편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모차르트가 젊디 젊은 나이에 요절하다 보니 세간에서는 당연히 억측이 무성했고, 그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모짜르트와 동시대를 살며 인기와 명성을 누렸던 살리에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것이었다.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는 충분히 천재다운 행보를 보인다. 다섯 살때부터 작곡을 하고 영감을 받아 머릿속에서 완성한 음악을 단 한번의 수정도 없이 일사천리로 써내려가고 눈을 감고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살리에리가 점 찍어둔 여인과 놀아나기도 하고, 방탕한 웃음과 천박한 행실로 무장하여 종횡무진 주위를 누비며 천재성을 발휘한다. 그의 자세에서 진지함이나 겸손은 찾아볼 수 없다.

모차르트 음악의 위대성과 천재성을 한눈에 알아 본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시기하고 질투하기 시작한다. 나아가 신이 사랑하는 인간이 모차르트이고 그를 도구로 삼아 신이 현존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살리에리의 질투심은 걷잡을 수 없는데까지 치닫는다.

<아마데우스>를 보다보면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대하여 샘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호시탐탐 모차르트를 헤꼬지할 일만 생각하는 밉디 미운 살리에리지만, 그에게 동정심이 샘솟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건 내가 아마 그와 같은 부류이기 때문에 드는 인지상정일 것이다.

만약 내가 만약 모차르트라면 리뷰글 하나 쓰는데 이렇게 서너시간씩 고생하지 않고 한번에 머리속에서 쓰싹 정리하여 일사천리로 타이핑할 것인데라는 생각이 드는데, 하물며 동시대를 살았고 같은 분야에 종사하였던 살리에리는 말할 것도 없겠다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나머지 살리에리는 십자가를 화로에 던져넣으며 신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그 지름길인 모차르트의 명을 재촉하기로 결심한다.

가난에 찌들려 살아가던 모차르트에게 돈을 미끼로 "진혼곡"을 작곡하도록 재촉한다.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 심신이 쇠약해진 모차르트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진혼곡"의 완성에 매진한다.

거의 죽음의 문턱에 누워서 모차르트가 "진혼곡"의 음을 구술하고 살리에리가 빠르게 노트하는 것을 보면, 천재와 범부가 뒤바뀐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음악을 전혀 모르는 음치이다 보니 살리에리가 그 순간 위대해 보이기도 했다.

살리에리는 위대함에 가까이 다가 가고자 욕망하였으나, 신은 허락치 않는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F. 머레이 에이브라함은 살리에리 역의 뛰어난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마데우스>는 1985년 제5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남우주연(F. 머레이 에이브라함), 각색, 녹음, 의상상 등 8개 부문을 휩쓸며 천재성과 천재일 수 없는 한 인간이 빚어내는 신에 대한 증오와 타협을 섬세하게 파헤친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여기서 이상한 것은 남우주연상을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역을 연기한 톰 헐스가 아닌, 살리에리 역을 맡은 F. 머레이 에이브라함이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모차르트가 주인공이면서도 그 카운트파터에게 더 무게감이 실린 영화가 되고 말았다.

이 영화는 모차르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면서도 모차르트라는 천재성의 재현에는 실패한 영화가 아닌가 한다.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는 음탕하고 타협모르는 오만방자한 인간으로 등장한다. 천재의 눈으로 보면 그것이 정상처럼 보일런지는 모르나, 보편을 벗어난 모차르트의 모습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그것은 오히려 노력파 살리에리에게 동정을 느끼는 지점이 된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좀 지나치지 않아라고 자문하면서 영화를 보게 된다. 감독은 천재성은 모든 것을 초월할 수도 있다는 면죄부를 발부한 듯이 보인다. 천재성에는 과연 신이 깃드는가라는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살리에리에게 모차르트라는 천재와 경합한다는 것은 비극적 삶의 시작이었고 그 자신의 삶의 황폐화와 몰락을 의미했다.  

그러나 다수설에 따르면 모차르트가 20세 이전에 작곡한 것은 거의 가치가 없는 작품들이고, 그의 음악적 재능은 이전 시대의 음악을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연구한데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모차르트가 젊은 시절에 이전 시대 작품들을 분석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그로 인해 표절의 천재라는 오명에 시달리기도 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범생들의 억울함은 좀 덜할 것 같다. 그리고 프리메이슨 단원이기도 했던 모차르트는 가난하지도 않았으며 여러 사람과 함께 묻힌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당시의 중산층의 장례풍습이었을 뿐 가난해서 무덤조차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탈리아 레가노 태생의 살리에리 또한 음악의 도시 빈 궁정음악장으로서 오랜 기간(1788년~1824년) 있으면서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 등을 지도하기도 하고, 저명한 음악가  하이든 등과도 교류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음악가였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다만, 모차르트라는 위대함에 가려 사는 한 인간의 내적인 고통과 번민, 스스로 위대해지고 싶었던 한 인간의 욕망을 불세출의 영화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제일가는 매력이다.

제목
아마데우스 Peter Shaffer's Amadeus, 1984(평점 8.5)
장르 드라마 | 미국 | 158 분 | 개봉 1985.11.23
감독 밀로스 포만
배우 F. 머레이 에이브라함(안토니오 살리에리), 톰 헐스(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엘리자베스 베리지(콘스탄츠 모짜르트), 로이 도트라이스(레오폴드 모짜르트), 크리스틴 에버솔, 제프리 존스(조셉 3세 황제), 찰스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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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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