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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1999)가 세상의 빛을 본지도 만 1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러고 보면 <매트릭스>만큼 액션에 있어서나 철학적인 면에 있어서나 전지구적으로 반향을 불러 일으킨 작품도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 <매트릭스>의 불릿 타임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날아오는 총알의 주변을 360도로 회전하면서 슬로모션으로 촬영한 이 전대미문의 액션장면은 영화는 물론이고 CF와 게그프로까지 패러디에 나서는 바람에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수많은 해석은 또 어떤가? 한심한 식자들은 이 영화를 해석하기 위하여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한 철학자들을 동원하고 정신분석학을 끌어들이다 모자랐는지, 종교까지 들먹거렸던 걸 보니, <매트릭스>가 좀 짱이었던 모양이다.

매트릭스적인 이미지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보니 매트릭스적인 사고가 익숙한 영화광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일테면, 정신을 집중하면 숟가락도 휘어질 수 있다는 비물리적인 믿음이 강하게 생겨 사물을 관념론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친구들이 제법 있다.

<매트릭스>의 주인공 '토머스 앤더슨'(키누 리브스)을 보면 그것도 무리가 아닌 것 같다. 상사에게 꾸중을 듣기도 하는 앤더슨은 낮에는 별 볼일 없는 회사원으로 일한다. 그러다 밤이 되면 그는 '네오'로 변신한다. 마치 블로거들이 익명의 필명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네오가 된 앤더슨은 해킹에 빠져든다. 그에게는 해킹의 세계가 더 현실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 자신 역시 그렇게 느끼는 듯 하다. 그에게 있어 낮은 그저 잊고 싶은 환영인지도 모른다. 멍청하게 졸고 있던 그에게 모니터가 이상한 메세지를 보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이후, 영화는 낮과 밤이 뒤바낀 버린 자의 몽롱한 삶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를 찾아온  모피스(로렌스 피시번) 일행은 현재는 1999년이 아닌 2199년이며 네오를 비롯한 인간들이 살고 있다고 느끼는 세계는 실제세계가 아닌 컴퓨터에 의해 고안된 가상현실이라고 주장한다.

네오는 여자를 만나 신이 되었다. 그것은 모든 남자들의 판타지이다. 환상이 그를 잡아 삼키는 순간이다.


이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해킹에 열중하고 회사에서 꾸중만 듣던 네오에게는 그가 살고 있는 현실이 차라리 가상현실이라는 바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모피스 일당이 자신을 인류를 구할 "그"라고 칭하지 않는가. 하루 아침에 신(神)이 되어버린 자를 상상해 보라.

이제 앤더슨은 없다. 오직 네오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그는 인류를 구원해 낸다. 이 얼마나 짜릿한 영웅신화인가. 섹시한 트리니티의 키스까지 포획한 그는 마침내 "그"로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영화를 두고 기계문명이나 보이지 않는 세력에 의해 자신의 삶이 통제당하는 것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안심리가 투영된 작품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넌센스에 불과하다. <매트릭스>는 주류문화에 편입되지 못한 한 사나이의 거대한 판타지를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앤더슨)가 발담구고 있는 현실을, 세계를 그(네오)는 통째로 부정하고 엎어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 가상을(사실은 현실) 걷어내고 그가 원하는 세상(사실은 가상)을 열어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블로거들이 블로그스피어 안에서 꿈을 꾸듯, 앤더슨 또한 그가 해킹한 세계안에서 달콤하고 거대한 꿈을 꾼 것이다. 그것은 네오의 꿈이자 감독의 꿈이기도 하고 우리모두의 꿈이기도 하다. 특히, 낮의 세계에 익숙하지 못한 네오같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달콤한 꿈이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욕망을 꿈꾸는 팔러스's 영화관]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제목
매트릭스 The Matrix, 1999(평점 9.0)
장르 SF, 액션 | 미국 | 136 분 | 개봉 1999.05.15
감독디 워쇼스키, 래리 워쇼스키
배우 키아누 리브스(네오/토마스 앤더슨), 로렌스 피쉬번(모피어스), 캐리 앤 모스(트리니티), 조 판토리아노(사이퍼/미스터 리건), 마커스 종(탱크), 폴 고다드(브라운 요원), 로버트 테일러(존스 요원), 줄리안 아라한가(아포크), 맷 도란(마우스), 벨린다 맥크로리(스위치), 안소니 레이 파커(도저), 데이빗 애스튼(라인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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