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질 때, 사람들은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그 이야기들은 현실세계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불가능한 서사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신작 <체인질링>은 바로 그런 믿기지 않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어느날 크리스틴(안젤리나 졸리)에게 9살난 아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5개월 후, 경찰은 엉뚱한 아이를 그녀의 아들이라며 찾아준다.

크리스틴이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하자 경찰은 그녀를 정신병원에 송치해버린다. 이 일은 1928년 미국 LA 전화국에서 교환수로 일하던 크리스틴이 실제로 겪게 된 일이다.

이 황당한 스토리가 얼마나 믿기지 않았는지는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실화라는 사실을 믿지 못해 황금종려상을 이 영화에 주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 공상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실화를 뼈대만을 날렵하게 세워 관객들을 1928년 LA의 무대로 데려가 LA 경찰에 공분하고 크리스틴을 향한 끝없는 연민에 빠져들게 한다.

왜 경찰이 그랬는지는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당시 LA경찰은 부패할 대로 부패한 조직으로 그려진다. 기관총 특공대를 결성하여 무고한 시민들을 처벌하는가 하면, 경찰에 반항하는 여성들은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이 사건은 1929년 미국 LA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도처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범인은 지금 이 나라 강의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고, LA경찰의 만행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어디선가 복제되고 있을 것이다. 끔찍한 일이다.


영화는 크리스틴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절대 싸움을 먼저 시작하지 마라. 그러나 한번 시작한 싸움은 스스로 끝내라.” (이것이 바로 클린튼 이스트우드 감독의 세계관이다) 

영화는 경찰청장 등을 해임하고 크리스틴을 비롯한 시민들이 승리한 것으로 그렸지만 현실에서는 과연 그럴까. 그런데도 유사한 사건들이 왜 끊임없이 재현되는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크리스틴과 LA 경찰과의 대결로 이 사건을 압축했다.(영화적 재미로만 봤을 때, 그러한 대결구조를 취하는 것은 아주 노련한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감독은 크리스틴을 승리와 함께 영웅으로 만들고, 악의 세력 LA경찰을 응징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연쇄살인마 노스콧이다. 크리스틴의 아들을 비롯해 20여명을 살해한 노스콧은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아버지와 누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로 알려져 있다. 인면수심의 이 괴물은 지구상에 언제나 있어 왔다. 단지 우리가 모를 뿐이다.

흔히 '사이코패스(psychopath)'라 불리우는 이 냉혈한들은 '수퍼 에고'의 검열기능에 구멍이 뚫려 양심의 가책이나 공포 등을 느끼지 못하는 '칼로스(callous·돌 같은) 들이다. 신경의학계는 점잖게 뇌 앞쪽 전두엽과 중심부 변연계와의 연결 회로에 결함이 생긴 사람들이 이들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칼로스들이 우리 주위에는 약 1%정도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안전망 곳곳이 구멍이 뚫린 사회에서는 스스로 안정망을 칠 수 밖에 없다. 출세나 성공에 눈이 어두워 남을 짓밟거나, 허무맹랑하게 대담한 일을 벌리는 사람들을 만나면 알아서 경계해야 한다.

1920년대 LA 시내의 재현은 정밀했고,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변신도 볼 만했다. 졸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까지 올랐으나 두툼한 입술을 카버하진 못할 거란 생각이 든다. 사회안전망이 확보되지 못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이제 관객들의 몫으로 남았다.[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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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체인질링Changeling, 2008(평점 7.5)
장르 드라마, 범죄, 미스터리 | 미국 | 141 분 | 개봉 2009.01.22 | 18세 관람가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크리스틴 콜린스), 존 말코비치(구스타브 브리그랩), 게틀린 그리피스(월터 콜린스), 미셀 마틴(샌디 ), 잔 드버록스(마이클 켈리), 에리카 그랜트, 안토니아 베넷, 에이미 라이언(캐롤 덱스터), 제프리 도노반(존스 반장)
  1. "체인질링"은 팔러스 볼로그의 300번째 리뷰글에 해당하는 의미있는 영화가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열편정도가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티스토리 통보에 따라 수정게시하였고, 한편은 아직 수정중에 있어 공개글은 299편인셈이다. 앞으로 과도하게 선정적인 영화에 대한 리뷰는 삼가해야 할지 고민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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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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