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의 흡인력은 대단했다. 방학이 끝나가고 있는 주말 극장가에는 그것을 아쉬워하기라도 하듯이 중고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다들 톰 크루즈 그 이름 아래 모여 든 것이다.
얼마전 홍보차 톰 크루즈가 내한했을 때, 뛰어난 팬서비스로 화제가 되었던 톰 크루즈. 그는 연기에서나 삶에서나 성숙한 연기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가 주연한 <작전명 발키리>는 성공하기 대단히 어려운 소재를 택한 영화다. 누구나 아돌프 히틀러가 암살되지 않고 자살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말이 이미 알려져 있다는 것은 스릴러 영화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그런데도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히틀러 암살이라는 소재를 선택했고, 그것을 영화화하는데 성공했다. <작전명 발키리>는 암살계획이 왜 실패로 돌아갔는지에 대하여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관객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이 영화를 보면 "1212"사태가 생각난다. 한강을 넘은 전두환과 노태우는 쿠데타를 성공시켰다. 영화 <작전명 발키리>는 그런 점에서 "1212"사태와 많은 부분이 중첩된다.
톰 크루즈가 열연한 폰 슈타펜버그 대령은 북 아프리카 전투에서 눈과 왼쪽 팔을 잃는다. 그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던 조국에의 소명의식이 불붙는 순간이었다.
폰 슈타펜버그는 히틀러가 비상시를 대비해 세워 놓은 '발키리 작전'을 역이용하여 암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계획은 실패했음이 자명하다는 걸 역사는 말한다.
왜 실패했을까.
그 첫번째는 폰 슈타펜버그 대령의 조급함이었다.
그는 히틀러 시대 종식이라는 소명의식에 들떠 계획장소가 바뀌었음에도 작전을 그대로 밀어 부친다. 히틀러 참모들의 회의장소인 '늑대굴'에서 다른 건물로 장소가 변경되었음에도 그는 강행하고 만다. 이는 그가 얼마나 역사적인 사명감에 젖어 상황판단을 그르치고 말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회의장에 친위대장이 없음에도 폰 슈타펜버그는 무시하고 만다. 히틀러와 친위대장을 동시에 제거하지 않으면 작전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그가 왜 조급해 했는지 의아한 부분이다.
두번째 이유는 폰 슈타펜버그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전두환에게 노태우가 없었다면, 그리고 그를 도왔던 수많은 장성들이 없었다면 과연 5공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폰 슈타펜버그에게는 나치 군부의 실세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껏 프레드리히 올브리히트 장군 정도가 있었을 뿐이었다. 이들은 판단력과 결단력이 결여되어 암살계획 실행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올브리히트 장군의 우유부단함으로 '발키리 작전'은 제때에 실행되지 못하고 승부수도 띄우지 못했다.
세번째는 폰 슈타펜버그 자신의 전략부재였다.
폰 슈타펜버그 대령은 암살을 시도하면서도 그 실행계획을 치밀하지 세우지 않고 그저 감으로만 밀어붙혔다. '1212'사태 때를 떠올려보면 전두환 세력이 얼마나 거사를 치밀하게 계획했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폰 슈타펜버그 대령은 거사의 아주 기본적인 출발이하고 할 수 있는 통신시설조차도 접수하지 않았다. '1212' 주도자들이 제일먼저 한 것이 군부통신시설 장악이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5공세력들이 '발키리 작전'이 왜 실패했는지를 타산지석으로 삼았는지도 모르겠다.
네번째는 히틀러의 운명이 '작전명 발키리'를 용납하지 않았다는 것
역사는 언제나 선인에 의해서 움직이기보다는 악인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곤 한다. 수많은 역사의 증표들은 선인에 의한 쿠데타보다도 악의 세력에 의한 쿠데타가 성공확률이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폰 슈타펜버그 대령은 쿠데타를 성공시키기는 너무나 인간적이었고 선의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영화는 그렸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 뻔한 이야기를 놀랍도록 치밀한 플롯과 내러티브로 관객들이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그 실패한 서사에 이끌려 가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상영시간이 2시간이지만 지루하다고 느끼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톰 크루즈의 다른 영화들
2008/12/15 - 트로픽 썬더|인간 정글에서 살아남기
2008/06/07 - 사랑과 질투, 죽음과 섹스에 관한 '아이즈 와이드 셧'
캐리스 밴 허슨의 다른 영화들
2009/01/15 - 바디 오브 라이즈|인간을 압도하는 현란한 테크놀러지의 끝은?
2008/06/30 - 전쟁과 이룰 수 없는 사랑 <블랙 북>
장르 스릴러 | 미국, 독일 | 120 분 | 개봉 2009.01.22 | 12세 관람가
감독 브라이언 싱어
배우 톰 크루즈(클라우스 폰 슈타펜버그 대령), 케네스 브래너(트레스코프 소령), 빌 나이(프레드리히 올브리히트 장군), 톰 윌킨슨(프레드리히 프롬 장군), 캐리스 밴 허슨(슈파펜버그 아내), 토마스 크레취만(레머 소령), 테렌스 스탬프(루드비히 벡), 에디 이자드(야전통신 장군), 케빈 맥낼리, 크리스찬 버켈, 앤디 가티엔, 제이미 파커, 데이빗 밤버(아돌프 히틀러) 톰 홀랜더, 데이빗 쇼필드, 케네스 크랜햄, 할리나 레인, 하비 프리드만, 마치아스 슈와이어퍼, 발데마르 코부스(베를린 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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