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샤오강 감독의 <집결호>를 봤을 때,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자연스레 연상되었다. 그의 <야연>을 보면, 자연스레 장예모 감독의 <황후화>가 연상된다. 2005년 중국인의 인기 감독 1위에 오른 펑 샤오강 감독은 그런 존재다. 그의 작품에서 독창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영화 <야연>은 흔히 아시아 판 햄릿, 중국판 햄릿이라고 한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이 말을 들으면 몹시 불쾌해 할 말이다. 2005년 중국인들은 가장 좋아하는 감독 1위에 펑 샤오강 감독을 꼽았다. 말하자면 베스트셀러 작가인 셈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들에게서는 거의 오리지널을 찾아 보기 어렵다. 소위 인기라는 것의 속성이 그렇다.
인기작들은 거의가 이리저리 짜집기한 복제물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독창적인 창작물에는 익숙하지가 않다. 인간의 인식과 사고는 어느새 복제품에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스토리에 열광한다. 그것이 대중의 심리다.
중국영화를 본다는 복제된 중국제품을 소비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중국인들은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무엇이든 복제물을 만들어 낸다. 펑 샤오강은 햄릿을 기초로 한 시나리오에 웨스턴 오페라를 깐 다음 중국적인 건축물을 짓고 인테리어는 일본풍의 빨간색과 흑백을 뒤섞어 놓았다. 그랬더니 베를린 영화제가 열광했다.
펑 샤오강의 <야연>은 중국의 5대10국 시대에 황제 리(갈우), 황후 완(장쯔이), 황태자 우(대니얼 우)를 등장시켜, 13세기 덴마크의 왕자 햄릿을 중국으로 데려온다. 그러나 펑 샤오강의 <야연>에서는 햄릿이 레이디 햄릿으로 변한다. 황후 완 역을 맡은 장쯔이가 햄릿의 고독과 갈등을 짊어진다. 그러나 장쯔이가 소화하기에는 버거운 스토리이다.
황후 완은 황태자의 애인이었는데, 돌연 황제가 완과 결혼해버리고 황태자는 비관하여 숲속에 사는 것으로 <야연>은 시작한다. 그리고 황태자의 숙부는 황제를 독살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황후 완은 또 다시 그의 아내가 된다. 이에 황후는 황태자의 숙부를 살해하고 스스로 여황제가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햄릿 자리를 차고 앉은 황후에게서 햄릿의 깊은 고뇌와 갈등을 발견할 수 없다. 단지 중국 영화의 장기인 무협액션과 오리엔탈리즘의 키치만이 보일 뿐이다. 그것도 어설픈 서양의 발레의 리듬을 무리하게 뒤섞어 놓았을 뿐이다. 이 영화에는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도 숙부 클로디어스도 없다. 오직 강박적인 팜므파탈 황후 완만이 있을 뿐이다.
새로운 황제는 그냥 독주를 삼킬 뿐이고, 황태자 '우'는 아무런 동기도 없이 햄릿의 연극을 재연할 뿐이다. <야연>의 이야기는 햄릿의 독검만이 춤을 출 뿐이다. 그러함에도 <야연>은 영화로서의 가치를 획득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화려했던 과거와 인류사를 관통해 흐르는 알 수 없는 욕망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황후 연이었던 장쯔이의 연기는 서툴렀지만, 그 스토리가 전하는 복제된 진실은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이것은 셰익스피어가 얼마나 위대한지 현대에 와서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이다. 이 글 또한 복제된 진실이 아닌지 저어한다.
장르 드라마 | 중국 | 112 분 | 개봉 2006.09.21 |15세 관람가
감독 펑 샤오강
배우 장쯔이(황후 완), 다니엘 우(황태자 우 루안), 유 게(새로운 황제 리), 저우쉰(칭누)
펑 샤오강의 다른 영화
집결호 - 사나이들의 순결한 처녀성, 의리와 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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