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쌍화점이 2008년도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운좋게도 어제(벌써 작년이다) 12월 31일 영화 쌍화점을 볼 수 있었다. 너무 기대한 영화라 내심 재미없으면 어쩌나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영화 시작부터 끝가지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겁게 봤다. 2008년도의 마지막 영화를 쌍화점같은 좋은 영화로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어 즐거웠다.
<쌍화점>은 여러방면으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은밀한 심리상태를 상당히 절제해서 보여준 것에 감사해야 할 영화다. 문사 출신의 영화감독이라 그런지 사랑에 눈먼 자들의 미세한 마음의 떨림들을 화려한 영상미에 비교적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쌍화점은 고려말 왕과 왕후, 그리고 호위무사 셋이 펼치는 삼각관계의 사랑 이야기다. <쌍화점>은 왕을 맡은 주진모의 눈빛이 제대로 살아난 영화였고, 미완의 배우 조인성의 대기만성의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왕후 역을 맡은 송지효의 정사신도 일품이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왕은 호위무사를 사랑했지만, 호위무사는 왕후로 인하여 그 사랑을 부정하고 만다. 왕후는 호위무사를 증오했지만, 그로 인하여 처음으로 욕정을 알고 나서는 왕을 배신하게 된다. <쌍화점>은 왕을 호위무사와 왕후로부터 버림을 받는 절대지존으로 그렸다.
<쌍화점>의 스토리는 신문 사회면에서 보아온 여느 삼각관계가 다를 바 없는 스트레오타입의 사랑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지극한 사랑을 하는 쪽이 언제나 버림을 받는다는 운명은 <쌍화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왕은 왕후마저도 호위무사에게 줬지만, 호위무사는 그런 왕을 배신하고 만다. 욕정은 언제나 의리를 뒤엎어 버리고 마는 속성을 지닌 까닭이다.
그리고 <쌍화점>의 정사신들은 일생을 살면서 치루는 정사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송지효와 조인성은 첫 정사신은 실패한다. 대부분의 사춘기 소년들이 여성과의 첫 섹스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그리고 두 번째 정사신은 교미목적에 충실한 정상위로 싱겁게 끝난다. 서고에서 갖는 정사신은 스릴이 넘쳐난다. 두려움과 욕정으로 범벅이 된 둘의 정사는 관객들을 숨죽이게 한다.
왕후의 사가에서 진탕하게 벌이는 정사는 그야말로 섹스 그 자체에 몰입된 남여의 섹스방식을 보여준다. 69체위가 좀 과하다 싶긴 하지만, 리얼리즘에 충실한 감독이라면 당연히 삽입하고 싶은 영상이었을 것이다. 좀더 보여줬더라면, 노출수위를 높일 수록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보수적인 관객들은 자신들이 매일 경험하는 익숙한 풍경에도 낯설어 하는 방어기제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송지효의 처음 보는 나신은 더없이 좋았고, 주인모와 조인성의 딥키스도 용기있는 시도였다.
조인성의 발성의 미약함이라든지, 송지효의 농염한 관능미의 설익음이나 주진모의 아마츄어적인 표정연기들을 (어눌한 연기들이 이어질 때, 관객들이 어이없어 많이 웃었으므로)여기서 비평할 생각은 없다. 그런대로 셋은 위험한 사랑을, 위험한 사랑을 밀고 나가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잘 살려 냈다. 연정과 욕정 사이에서 마음 둘 곳 없이 미세하게 떨려나가는 가슴의 파장들을 아름다운 영상에 담아내는 감독의 내공도 꽤 깊어졌다.
영화를 처음부터 구동시켜 나간 동성애와 원나라와의 관계와 같은 갈등을 자아내는 내러티브가 어떤 해소과정도 거치지 않고 그만 소멸되고 만 것은 아쉽지만, <쌍화점>은 사랑의 애달픔과 고단함들을 오래도록 음미하기에는 손색이 없는 좋은 영화다.
장르 드라마 | 한국 | 133 분 | 개봉 2008.12.30 |18세관람가
감독·각본 유하
배우 조인성(호위무사, 홍림), 주진모(고려 왕), 송지효(왕후), 심지호(부총관, 승기), 임주환, 여욱환, 송중기, 장지원, 김춘기, 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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