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러스 영화리뷰/야한영화 볼까나 2009/01/16 14:42
ⓒ 무비레터 프롬 팔러스 영화 ··· 검열과 관음의 끝없는 욕망
흔들리는 구름 - 게이감독이 생각하는 성과 포르노그래피
어떤 영화들은 첫 장면부터 긴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만 뉴웨이브 작가로 알려진 차이밍량의 <흔들리는 구름>이 그런 경우다. 아마도 2005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과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동시 수상했다는 명성에 이끌려 <흔들리는 구름>을 보러 온 관객들이라면 상당히 긴 오프닝시퀀스를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갈지도 모른다.
<흔들리는 구름>의 오프닝 시퀀스는 카메라의 고정된 앵글이 길게 갈라진 건물복도를 한참이나 보여준다. 성질급한 사람은 방송사고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어서 극을 풀어갈 두 여자가 각각 반대편에서 천천히 걸어나와 둘이 교차하여 각자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아무 몸짓도 대화도 없는 이 무의미한 오프닝 시퀀스는 관객들에게 극도의 인내심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신은 포르노배우 샤오캉이 여자의 가랑이 위에다 반토막난 수박을 올려놓고 벌이는 야릇한 정사신이 길게 시작된다. 샤오캉이 수박에다 손가락을 마치 그것처럼 펌프질을 해대면 여자는 신음소리를 내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차이밍량 영화에서는 수박이 "여성의 성기"나 "태아" 등 성적인 것과 연관되어 수없이 암시를 되풀이한다.
광각 렌즈의 지나친 과장과 대화가 거의 없는 고정된 화면을 통하여 <흔들리는 구름>은 극심한 가뭄으로 영화속 대만에서는 물이 거의 말라가고 있음을, 물이 사라져가는 건조한 세상에서 몸이 어떻게 기능하게 되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여성의 음부에 수박을 놓고 구멍을 뚫어대는 샤오캉의 포르노 연기도, 싱차이가 수박을 애로틱하게 핥는 장면은 인간의 몸이, 인간의 성기가 점차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음을 대변한다.
그토록 가뭄에 시달리는 대만에서 <흔들리는 구름>의 주인공 샤오캉의 직업이 포르노배우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포르노배우라는 것이 자기 몸뚱아리를 갖고 수없이 섹스하고 땀을 빼내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던가. 샤오캉 역은 차이밍량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연인으로 알려진 이강생이 맡았다.
감독은 왜 그의 연인을 포르노배우로 만들었을까. <흔들리는 구름>에는 꽤 수위높은 정사신이 등장하고 포르노를 찍는 섹스신들이 노골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의 연인이 섹스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었을까. 남여의 자위행위 장면들을 보고싶어 하는 관음욕을 이 영화는 일정부분 채워주면서 <흔들리는 구름>은 친절하게도 포르노가 어떻게 제작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남자의 정액을 여자의 얼굴에 발사하는 영화장면이 있었던가를 떠올려 보면, 이 영화 <흔들리는 구름>은 여자 얼굴에 묻은 그 정액을 너무 오랫동안 적나라하게 비췄다. 그리고 무성한 남여 성기의 음모도 그렇고, 남자의 무성한 음모에 입술을 묻고 남성을 입에 물은 여배우의 얼굴도 너무 오랫동안 비춘다. 덕분에 한국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포르노적 선정성’을 이유로 <흔들리는 구름>에 대하여 103분의 러닝타임 중 3분을 삭제한 100분 짜리로 제한상영가를 내린다.
동네 놀이터에서 잠든 샤오캉을 수박을 들고 지나가던 싱차이가 발견한다. 이 시퀀스 또한 그 길이가 장난이 아니다. 잠든 샤오캉을 한참 바라보는 싱차이의 얼굴과, 이번에는 샤오캉이 잠이깨서 잠든 싱차이를 바라보는 샤오캉의 얼굴이 한참이나 이어진다. 아마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보기를 포기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영화가 우리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역겨움이 들지도 모른다.
이후 싱차이와 샤오캉은 연인으로서 행동한다. DVD 가게 복도에서 애무를 하기도 하고, 아파트에서 같이 음식을 해 먹기도 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 간다. 그리고 극의 스토리와 전혀 관계없는 뮤지컬이 자주 등장한다.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서 샤오캉이 도마뱀 분장을 하고 부르는 뮤지컬이나 거대한 남근 모양의 모자를 쓰고 등장하는 뮤지컬 등은 아이러니로 가득차 있다.
차이밍량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 영화인 <흔들리는 구름>은 1960년대 동명의 번안대중가요에서 제목을 따왔고, 그 노래는 마지막 장면에서 또 한번 아이러니하게 흐른다. <흔들리는 구름>에는 대화가 없다. 가끔씩 나오는 대사는 쌍방향 대화라기 보다는 독백에 가깝다. 포르노그래피에다 뮤지컬을 뒤썩은 이 영화는 보편적인 감성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김기덕의 영화처럼 역겨울수도 있다.
영화의 마지막 섹스신은 관음의 폭력이 무엇인지를 웅변한다. 샤오캉이 포르노배우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된 싱차이는 실신한(영화에서는 그녀가 죽었는지 단지 실신하였는지 말하지 않는다) 포르노여배우와 샤오캉이 벌이는 섹스를 당혹감에서 서서히 흥분감으로 지켜본다. 만약 이 장면을 보면서 근원적인 소외를 느끼기 보다 자위행위를 한 관객이 있다면, 감독의 관음의 폭력에 걸려든 건 아닐까.
영화정보
제목 흔들리는 구름 (2005) 天邊一朵雲 The Wayward Cloud
장르 코미디, 뮤지컬 | 프랑스, 대만 | 110 분 | 2006-03-31
감독 차이 밍량 (Ming-liang Tsai) 그들 각자의 영화관(2007) ,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2006)
배우 이강생 (Kang-sheng Lee) 샤오캉 역, 양귀매 (Kuei-Mei Yang) 싱차이 역, 천샹치 (Shiang-chyi Chen)
평점 7.0/10
RE : 2008/10/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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