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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중독자의 삶은 불행한 것일까. 정상인의 입장에서 보면, 알콜중독자의 인생은 그렇게 없이 불행해 보인다. 심한 알콜중독의 경우 사회생활은 물론 먹고 자고 하는 기본적인 생리활동마저 불가능하니 말이다. 그러나 알콜중독자 그 자체의 인생은 어떨까. 알콜중독이라는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에겐 비알콜중독자들이 오히려 불행해 보일지도 모른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알콜중독자 벤(니콜라스 케이지 분)을 통하여 알콜중독자가 바라보는 세상과 인생을 핸드핼드카메라와 슈퍼 16밀리 필름으로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원 나잇 스탠드>에서 에이즈 환자의 삶을 조망한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벤의 눈을 통하여 알콜중독자가 바라보는 세상을 담아낸다.


LA에서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던 벤은 알콜중독으로 인하여 직장으로부터 쫒겨난다. 퇴직금을 받아 든 벤은 그를 구속해 온 일상의 모든 '물질', 여권까지도 불태우고 한손엔 술을, 한 손엔 핸들을 쥐고 LA로 달린다. 벤이 태우지 못한, 자신을 구속해 온 마지막 물질인 몸마저도 알콜로 태우는 장소로 LA를 선택한 것이다. 벤에게 인생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벤에 대한 신상정보를 마이크 피기스는 상세하제 전달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가족을 떠났을 뿐이며, "난 그애의 아빠야"라고 절규하는 벤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왜 그가 알콜중독이 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다. 그러나, 벤 역의 니콜라스 케이지는 <페이스 오프>의 숀 아처/캐스터 트로이 역만큼이나 연기를 통하여 알콜중독자 그자체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벤에게 세상은 그저 다가갈 수 없는 꿈결마냥 보인다. LA거리에 도착한 벤의 첫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평범한 사람이 아닌, 알콜중독과도 비슷한 섹스중독이라고 할 수 있는 창녀 세라(엘리자베스 슈 분)였다. 세상의 마지막에서 벤이 선택한 여자는 창녀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소통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던 벤은 자기와 동질의 여자, 창녀를 길거리에서 대번에 알아본 것이다.

벤과 세라는 서로를 통하여 자기 자신을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벤은 세라를 통하여 그 끊없는 연민을, 세라는 벤을 통하여 죽어가는 자의 슬픔과 고독을 동경한다. 벤은 세라의 아파트로 들어가며 부탁한다. "술 먹지 마라"라는 말만 안하면 당신과 살 수 있다고.


둘이 한 아파트에서 살면서 보통 사람들이 연애하는 풍경을 잠시 보여주기도 한다. 세라가 벤을 위하여 옷가지 등과 술병을 선물하고 벤은 세라에게 귀걸이를 선물한다. 완전히 자유로운 사랑을 구가하던 둘 사이에 어느새 세속적인 사랑이 끼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LA로 떠나오기전 모든 물질을 다 불태웠던 벤이 아니던가. 그런데 다시 사랑의 물건들이 하나 하나 집착이 생겨난다.

집착은 질투를 부른다. 벤은 창녀일을 하러 가는 세라를 질투하기 시작하고, 세라는 다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벤을 증오하며 집을 뛰쳐 나온다. 세라는 부랑아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벤은 거의 죽음 직전에까지 몸이 망가진다. 동갑내기 연기자인 니콜라스 케이지와 엘리자베스 슈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통하여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알콜중독자와 창녀의 삶과 사랑이 어느새 관객들의 가슴에 파고든다.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섹스를 창녀 세라와 나눈 벤의 인생은 이 세상에 결코 정착할 수 없는 공허함으로 남는다. 바다속에서조차 알콜을 들이키던 벤은 이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술의 세계에서 인생을 마감한다.


존 오브라이언의 반자전적 소설을 토대로 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350만불이라는 저예산과 4주반이라는 짧은 촬영기간으로 만들었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좋은 영화가 꼭 예산과 촬영기간에만 의존하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아미크 피기스 감독은 그의 작품 대부분에서 시나리오, 음악, 감독을 겸한다. 그 만큼 감독의 관점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 오롯이 베어 있다는 말이다. 

스팅의 세 개의 발라드 곡 "천사의 눈(Angel Eyes)", "하나뿐인 사랑(My One And Only Love", "외로운 옛 마을(It'S A Lonesome Old Town)"이 영화의 주요한 역할을 하고, 특히 피기스 감독 자신이 주제곡과 트럼펫, 키보드 연주와 트랙을 전부 제작했으며, 이글스의 전 멤버 돈 핸리가 "비내리거나 해가 나거나(Come Rain Or Come Shine)"로 편곡에 참여했다. 니콜라스 케이지조차도 작곡에 참여하고 "Ridiculous"를 불렀다.

또한  감독을 비롯한 많은 배우들, 로리 멜카프, 리차드 루이스, 스티븐 웨버, 발레리아 골리노, 줄리안 레논, 루 롤즈, 캐리 로윌, 에드 로이터와 마리스카 하기테 등이 카메오로 출연하여 영화보는 재미를 더한다. 영화 제작이 시작되기 2주 전에 원작자 존 오브라이엔이 자살하기도 한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95년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에서 5개 부문(작품.감독.여우.남우주연) 노미네이터되어 남우주연상 수상, 95년 미국 비평가협회 남우주연.여우주연.감독상 수상, LA 비평가 협회 작품.감독.남우.여우주연상 수상, 뉴욕 비평가 협회 작품.남우주연상 수상, 뉴욕타임즈 10대 영화, 인터넷 영화 비평가 선정 95년 10대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영화, 95년 산세바스챤 영화제 감독.남우주연상 수상, 보스턴 비평가 협회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한다.

영화정보
제목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Leaving Las Vegas, 1995(평점 9.0)
장르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 미국 | 111분 | 1996. 3. | 18세관람가
감독 마이크 피기스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벤 샌더슨), 엘리자베스 슈(세라)
RE 2008/10/10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