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닥쳐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세상에 많은 예언이 있었지만, 영화로만 치자면 <좀비>가 가장 강력한 답인 것처럼 보인다.
"좀비"는 그 동안 많이 만들어져 영화 장르화된 느낌이다. 꽤 수작으로 기억되는 윌 스미스의 <나는 전설이다>에서 부터 변종된 좀비를 다룬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 첨단 좀비의 <레지던트 이블>,
그리고 최고의 좀비 영화로 통하는 <새벽의 저주>까지 다양한 좀비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 중에서도 대니 보일의 <28일 후>는 꽤 철학적인 B급 좀비영화다.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28일은 여성의 생리주기이자 임신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제목으로 뽑은 감독의 의독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여자는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희생당할 것으로 강요당한다.
영국의 한 영장류 연구시설에 무단 침입한 동물 권리 운동가들이 침팬지들이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한 연구원의 공포어린 경고를 무시한 채, 침팬지들을 학대로부터 구한답시고 침팬지들을 풀어주자 그들에게 물려 좀비가 된다는 장면부터 영화는 시작한다.
이 첫장면도 꽤 역설적인데 인간이 침팬지를 구하려다 침팬지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더욱이 '분노바이러스'는 인간이 아닌 침팬지가 왜 감염이 되었는지도 아이러니하다. 침팬지가 인류의 조상이라는 가설때문에 그렇게 설정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분노 바이러스 유출이후 28일이 지난 어느 날, 이 영화의 주인공인 퀵서비스배달원 '짐'(킬리언 머피)은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었다 런던의 한 병원에서 깨어난다. 그가 깨어났을 때 병원도, 거리도, 건물도 모두 폐허가 되었고 사람은 찾아 볼 수 없다. 황폐화된 런던의 풍경은 말할 수 없는 공허감과 함께 불안과 공포를 전한다.
'짐'이 병원에서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는 장면은 '짐'을 연기한 킬리언 머피의 성기를 모자이크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데, 이는 가윗질이 심한 한국영화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리얼리티를 높이는 수단이라고 하겠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사람들을 찾아 거리를 헤매던 '짐'은 성당에 들어갔다가 겹겹이 쌓여있는 시체 더미를 발견하고 좀비가 된 신부의 공격을 받는다.
급박하게 도망치던 '짐'은 또 다른 생존자 ‘셀레나’(나오미 해리스)와 ‘마크’(노아 헌틀러)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다. 이 때 또 다른 생존자 셀레나가 마크가 짐을 구출하는 설정은 어슬펐다. 초기 좀비 영화라 그렇겠지만, 그들의 미숙한 행동방식으로는 그 때까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다소 생뚱맞다.
여기서 영화의 줄거리는 다 말하는 것은 영화처럼 지루해질 수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감독은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인간집단을 이 영화에 설정함으로써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되어갈지 넌지시 암시한다.
즉, 짐과 셀레나는 천신만고 끝에 ‘프랭크’(브랜든 글리슨)와 ‘해나’(미간 번스) 부녀를 만나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고 방송되어지고 있던 맨체스트 군 사령부에 도착한다. 그러나 짐의 일행을 지켜줄 것 같았던 군인집단은 좀비보다 더 잔혹하고 흉포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이 하나 하나 들어난다. 본능에 굶주린 인간이 어떻게 변해가는 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구상에서 인류의 시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인류의 멸망은 결국 정상으로의 회귀”라고 한 군인이 말하다 처형된다. 여기서부터 유순하고 감상적이던 짐이 증오와 생존을 위한 폭력의 영웅적 전사로 변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변신의 폭이 너무 커 황당했다. 퀵서비스맨이던 그간 어느 순간 007보다 더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세세하기 이야기들을 담아 영화는 지루한 감이 있지만, 무더운 여름날 한번쯤 볼 만한 좀비영화라고 하겠다.
영화정보
장을 스릴러, SF, 공포
상영시간 113 분
개봉 2003-09-19
감독 대니 보일
배우 킬리언 머피(짐 역), 나오미 해리스(셀레나 역), 미건 번스(해나 역), 크리스토퍼 애클리스톤(헨리 웨스트 소령 역), 노아 헌틀리(마크 역)
등급 18세가
평점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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