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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잘 만든 영화인데 흥행에 참패를 할 때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황후花>, <태풍> 같은 영화가 아닐까 한다. 둘다 엄청나게 돈을 퍼 붓고서도 닭쫒든 개 지붕쳐도 보는 격이 되어 버렸다. 장이모 감독의 <황후화>를 보고서 몇일 동안 그 화려한 스팩타클이 오래도록 나를 괴롭혔다. 장이모가 재현해 낸 당나라는 그의 상상의 세계에 속할 것이다.

중국 당나라 말기의 황실과 중양절을 배경으로 만든 <황후화>는 황제와 황후, 그리고 왕자를 둘러싼 음모와 반란을 화려한 영상과 스펙타클한 액션으로 담아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끝없이 흐르는 <화려함> 그 자체에 압도되었다. 영화를 어떻게 저렇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스토리야 별로였지만, 스크린을 온통 황금빛으로 출렁이게 한 장예모가 부러웠다. 장예모, 그 친구 대단한 친구다!

이 영화에는 주윤발, 공리 주걸륜 등 홍콩의 스타들이 나왔고, 총 제작비 450억원에 특히 수천 명의 황금 갑옷을 입은 전사들의 대규모의 전투씬은 스케일과 위용이 압권이었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장예모 감독의 색채와 이미지의 향연이 볼만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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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황금색을 폭넓게 사용해 화려함을 극대화시킨 <황후花>의 중국 전통 의상 들도 볼거리였다. 황제 주윤발의 '용포'와 황후 공리의 '봉황 가운'은 40명이 넘는 장인들이 2달에 걸쳐 만들었고, 또 황제의 황금 갑옷과 황후의 왕관은 18K 순금으로, 1000 여 명의 군사들의 황금 갑옷들은 모두 18K 도금을 했다고 한다. 한 가지 우스운 일은 <황후花>에서 화려한 의상만큼이나 또 하나 시선을 붙잡는 것은 어느 여배우 못지 않은 미모를 자랑하는 황궁의 시녀들이었는데, 황실의 시녀들은 총 300명이 동원되었으며 그녀들의 선발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모두 25세 이하의 여성들로써 165 ~ 175cm 의 키, 섹시하면서도 화려한 의상에 어울릴 수 있는 적당한 몸매, 하얗고 사진이 잘 받는 고운 피부 - 영화를 보면 정말 예뻐고 가슴도 그렇게 컬수가 없었다.

화려한 황실은 일사불란함으로 대표된다. 톱니바뀌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돌아간다. 새벽부터 일제히 일어나 화려하게 치장하는 여성들의 몸짓, 광활한 대지를 질주하는 병사들, 그것이 장이모가 꿈꾼 당나라였고, 그가 꿈꾼 그 세계를 그는 화려하게 영상언어로 담아냈다.

찻잔의 섬세한 조각, 칼의 역동적이면서도 미세한 떨림들, 갑옷의 찰라적인 흔들림까지도 카메라 렌즈는 잡아냈다. 영상을 보는 관객은 카메라 렌즈가 돌아가는데로 그 파노라마적인 스펙타클에 두 시간 동안 하염없이 빠져든다.

그리고 온몸을 황금색으로 치장하고 있는 황후(공리)의 떨리는 손과 신경질적인 호흡 소리를 듣는 순간, 관객들은 그녀의 깊은 절망에 호흡을 같이 하게 된다. 장이모의 미장센은 영화가 창조해낼 수 있는 극한까지 간 느낌이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비웃기라도 하듯, <황후花>의 화려함은 현기증이 다 날 정도이다. 헐리우드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동화적인 중국만의 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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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모든 것을 소유한 인물이고, 그의 말처럼 다른 이들은 그가 주는 것만을 소유할 수 있다. 반면 황후는 황제(주윤발)의 전처에게서 얻은 첫째아들과 근친상간적인 관계이고, 황제는 황후를 천천히 독살하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황후는 그녀의 아들인 원걸(주걸륜)과 공모하여 10만 대군을 궁 안으로 불러들여 반란을 꿈꾼다.

<황후花>는 웅장한 궁중 전투신뿐만 아니라, 황제에 저항했던 수많은 대군이 전멸하다시피한 채로 반란이 제압된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 어지럽던 황궁이 순식간에 그 본모습을 되찾는 장면은 이 영화의 걸작 중에 걸작이다. 감독이 바라보는 역사관이 이 한 장면에 녹아 있다.

세상은 늘 꿈꾸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역사는 언제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흘러간다. 강물같고 바다같은 세월의 흐름을 장이모는 그 만의 독특한 미장센의 풍경으로 되살려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