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의 화신 스칼렛 요한슨! 팜므파탈의 유혹 나탈리 포트만! <트로이>로 여성들을 사로잡은 에릭 바나! 이 세 남녀가 영화에 함께 출연하여 욕망과 질투, 배신으로 점철된 세기의 사건을 재현한 <천일의 스캔들>에 대한 평단의 평가와 관객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던 것 같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하여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많은 관객들은 실망을 많이 했을 거다.
애초에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로 국내에 개봉되면서도, 제작사 측에서는 베드신에 초첨을 맞춘 듯한 홍보전략을 구사하였다. 그런 점들도 이 영화에 대한 실망을 부추기는데 한 몫 했다. (정사신으로만 보자면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공작부인 : 세기의 스캔들>이 오히려 더 화끈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슬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천일의 스캔들은 영국 헨리 8세 때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만큼, 그 비극적인 운명과 애절한 사랑은 더 크게 다가와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하며 한 숨 짓게 한다.
비록, 왕가의 여자가 되었지만, 역사에 기록된 문자 그대로만으로는 그 두 자매의 운명과 사랑을 지워버리기에는 너무나도 깊은 아픔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누가, 그 역사를 외면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보자면, 영화 제목 마저도 잘 못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원제는 "The Other Boleyn GIrl"인데, 어찌된 셈인지 스캔들을 붙이고 말았다. 엄연히 영화제목도 하나의 브랜드라면, 그 이미지로부터 영향받는 것도 분명 클텐데 왜 그렇게 몰지각한 번역을 감행했는지, 모를 일이다. 차라리 원제되로 "볼린가의 소녀 " 쯤으로 하는 것이 나을 뻔 했다.
영화는 볼린가의 세 자녀들이 동산에서 해맑게 뛰노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린 시절 추억이 서린 이 동화같은 영화장면은 이 영화의 비극을 상징한다.
앤 볼린과 그녀의 동생 메리 볼린, 그리고 남동생이 성장하는 과정은 여느 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두 자매의 관계는 질투보다는 사랑으로 어린 시절이 그려진다(설혹, 영화가 질투로 그렸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질투로 받아들일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똑똑한 앤 볼린은 가난한 아버지의 청을 받아 들이고, 메리 볼린은 그런 언니에 대하여 슬픔을 느끼는, 평범한 한 집안의 자매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성장은 어느 순간부터 비극의 문턱으로 들어선다. 그녀들의 아버지와 삼촌의 잘못된 욕망은 두 자매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그 비극적인 운명은 튜더 왕조의 헨리8세를 만남으로써 역사성을 띄면서 돌일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결국, 이 영화는 평범한 가정의 두 자매가 성장해 가면서, 아버지가 끼어들고, 왕이 끼어들면서 그 두 자매의 인생이 어떻게 비극적인 운명으로 바뀌어가는지 서사적으로 그렸다.
그리고 나탈리 포트만과 스칼렛 요한슨은 역사속에 있었던 그 두자매의 한 남자를 향한 비극적인 사랑을 너무나도 로맨틱하면서도 비장하게 연기해 냈다. 이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서처럼 그 극도의 슬픔을 절제된 입술에 잘 담아냈다. 그리고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몇몇 대목을 제외하면, 너무나 훌륭해서, 아마 그런 연기를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한가지 흠이었다면, 불필요한 나레이션을 깔았다는 것이다. 영화의 영상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훌륭해서 굳이 설명이 필요없었는데도 연출자는 친절하게 길게 나레이션을 넣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 훌륭한 영화의 영상미가 그것 때문에 죽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주인공 16세기 절대군주 헨리8세는 튜더왕조의 헨리 7세의 둘째아들로 형이 요절하자 아버지의 뒤를 계승하였으며, 청년시절은 르네상스 군주로 알려졌다.이점은 광해군과 유사하다) 형의 미망인인 왕비 캐서린과의 사이에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1527년경부터 궁녀 앤 불린과 결혼하려고 하였으나 로마 교황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카톨릭 교회와 결별할 것을 꾀하여, 1534년 수장령(首長令)으로 영국국교회(國敎會)를 설립하여 종교개혁을 단행하였다.
이어 1536, 1539년에 수도원을 해산하고 그 소령(所領)을 몰수하였다. 종교정책 이외에도 왕권강화에 힘썼으며, 스콜틀랜드 등의 지배와 방비를 강화하고, 당시의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몇 차례나 대륙에 출병하였다. 여섯 왕비 중 두 왕비와 울지, T. 크롬웰, T.모어 등의 공신(功臣)을 처형하는 등 잔학한 점도 있었으나, 그 통치는 국민의 이익을 크게 배반하지 않았으며, 부왕이 쌓은 절대왕정을 더욱 강화하였다. 그는 영국사에서 가장 젊고 섹시하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왕으로 기록되고 있다.
<천일의 스캔들>의 주인공은 앤 볼린이지만, 헨리 8세에 이용당한 주인공에 불과하다는 것을 영화는 부각시키지 않는다. 그는 제국에의 야심을 가진 사나이로 평가되고 있다. 앤 볼린이 경국지색의 미인인지도 모르겠지만, 헨리8세의 연애사는 화려하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하다.
형의 아내, 즉 형수를 아내로 맞았다가 이혼한 뒤 앤을 취했던 헨리 8세는, 이후 제인 시무어와 또 다른 앤, 캐더린 하워드, 캐더린 파 등과 차례로 결혼했다. 이 가운데 제인 시무어는 출산 중 사망했고, 캐더린 하워드는 간통죄로 처형당했다. 그리고 앤 볼린은 엘리자베스 1세를 낳은 뒤 가진 두번째 아이를 유산하고 근친상간 혐의를 뒤집어쓴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6명의 아내 중 세 명을 보냈다.
그 중에서도 엔 블린과 헨리 8세의 사랑은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격정적인 세기의 스캔들로 통한다. 오죽했으면, 영화 <천일의 앤>, 미드 <튜더스:천년의 스캔들>, 그리고 앤의 딸인 엘리자베스 1세를 다룬 작품까지 친다면 튜더 왕조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무수히 많이 만들어 졌다.
앤 블린은 권력과 명예를 욕망과 야심으로 똘똘 뭉쳐진 여인인데, 그녀만의 도도하고 섹시한 매력으로 왕을 단숨에 사로잡아 왕을 시키기도 하고, 영국의 국교까지 바꾸게 하는 요부로 영국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영화 <천일의 스캔들>에서 헨리 8세는 앤 볼린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때문에 많은 피를 뿌렸다." 그리고 영화는 한 여자의 욕망이 영국의 국교를 바꿔버리는 사태로까지 이어진 것처럼 서사를 풀어간다.
그러나, 영화 '천일의 스캔들'은 역사의 저편에 있던 메리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앤 이전에 동생 메리가 먼저 헨리 8세의 눈에 들었고 임신해 아들을 낳았다는 것은 대중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일 뿐 아니라, 한편으로는 메리가 언니라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어쨌튼 헨리 8세의 2번째 왕후의 자리에 오른 앤 블린은 천일간의 영광을 누리면서 딸을 놓는데, 영국의 부흥기를 이끈 최고의 여왕으로 지금까지도 (영국에서)인기도 높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다.
기본정보
원제 The Other Boleyn Girl
장르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미국
개봉 2008. 3. 20.(115분 )
감독 저스틴 채드윅
출연 나탈리 포트만(앤 볼린), 스칼렛 요한슨(메리 볼린), 에릭 바나(헨리 8세)
최초입력 2008/06/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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