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주말 한 편의 슬픈 영화를 봤다. 김선아, 나문희, 이경실, 고준희가 열연한 <걸스카우트>라는 영화였다.물론 영화이기 때문에 과장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우리 사회의 평범한 아줌마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렸다.

바로 다음 날에도 공교롭게 또 다른 한편의 슬픈 영화를 보게 되었다. 바로 <섹스 앤 더 시티>. 전날 본 <걸 스카우트>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슬펐던 영화였다.

TV시리즈 <섹스 & 시티>를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섹스 엔 더 시티>는 네 여성을  와스프(WASP)로 그리면서 그들 사회 최상층의 화려한 삶을 유감없이 묘사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뉴욕의 화려한 야경이 펼쳐지며 섹스 칼럼니스트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의 ‘미스터 빅’(크리스 노스)과의 시시콜콜한 연애담, 미란다(신시아 닉슨)의 남편이 바람을 피워 별거하는 이야기, 불임이었던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이 임신하는 행운, 그리고 사만다(킴 캐트럴)의 연하 배우남과의 섹스 스토리 등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영화의 중심에는 캐리가 있고, 캐리와 빅의 결혼이라는 빅 이벤트를 소재로 삼았다. 신문 가십난은 그녀의 결혼소식으로 떠들썩하고 그 유명한 <보그>는 그녀를 위한 특집판을 싣는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뉴욕, 그 뉴욕에서도 최강 알파걸이 핵이 되어 영화는 2시간여를 떼운다.

캐리는 20대 여성들이 뉴욕을 찾는 이유를 간단하게 ‘패션’(Label)과 ‘사랑’(Love)으로 정리하고, 패션감각과 경제력은 이미 가졌으니 사랑만 이야기하자고 미리 선을 긋는다.

이 세상은 참으로 구름 위의 구름처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층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영화는 일깨워 준다. 패트리샤 필드가 의상감독으로 참여한 이 영화는 캐리를 통하여 랑방, 디오르, 비비안 웨스트우드, 베라 왕 등의 동화같은 웨딩드레스를 현란하게 펼쳐보인다. 덤으로 뉴욕의 패션위크의 분위기까지 맛볼수 있는 배려를 해 놓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들 4총사가 펼쳐 보이는 사랑, 신의, 우정, 패션, 섹스 등에 대하여 삶의 중량감이나, 조탁된 성찰의 깊이를 기대한다면 이 영화를 보지 못한다. 그들 삶은 그들 방식대로 이해될 때에만 비로소 그 의미성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테면, 성욕을 대체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먹어대는 사만다의 삶을 동양적인 시각으로 재단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그녀는 이웃집 근육남에게 끊임없이 성욕을 느낀다. 그렇다고 하여 누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마저도, 이웃집 근육남의 근사하고 멋들어진 물건을 숨김없이 보여주는가 하면 킴 캐트럴이 초밥을 전라인 상태로 온 몸에 얹어 놓은 장면들을 서비스 차원으로 쿨하게 보여준다.

어디 그 뿐인가. 샬롯의 딸이 동석한 자리에서 그녀들은  “섹스”를 “색칠(coloring)”로 대체하여 말하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낯뜨거워지는 대사와 장면은 그 세계에 어울릴 만큼 쿨하고 대담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캐리의 마놀로 블라닉 구두로 대표되는 패션에 대한 집착, 그녀들의 개방적인 취향에서 비롯되는 노골적인 성담론과 진솔한 경험담은 뉴욕 커리어우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 영화의 지향점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이다. 캐리가 그러하듯, 그들 삶은 너무나 풍요로와 한 번쯤의 실수도, 한 번쯤의 연애도,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바람처럼 가벼울 수가 있는 것이다.

<걸스카우트>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음침한 곳이라면,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가 나름대로 고민하며 사는 곳은 구름위의 어느 알 수 없는 동화의 나라 그 어딘가인 것이다.

만약 두편의 영화 중에서 하나만 보아야 한다면, 그럼에도 <섹스 엔 더 시티>를 보고 싶다. 영화에서나마 팬텀을 보아야 할 것 아닌가.... 흥행에서 인디아나 존스4를 눌런 것도 이런 이유는 아닐런지.

Posted by 팔러스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달력

 «  » 2010.08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