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가 현생에 이렇게 환생할 줄이랴. 최동훈 감독이 또 한번 제대로 한방을 먹였다. 누구나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전우치를 영화속 둔갑술처럼 우리 앞에 멋지게 데뷔시켰다.

전우치하면 칙칙한 정의의 도적이 생각나겠지만, 전우치는 최동훈의 손에 의해 천방지축 악동도사로 거듭났다. 전우치는 강동원이다. 잡으라는 요괴는 안잡고 도술로 여자 꼬시기에만 여념이 없는 망나니 역을 소화할 배우가 강동원 말고 누가 있겠는가.


영화 <전우치>는 생각 외다. 두 시간 가까이 재미가 빵빵 터진다. 물론 고상한 분들은 이게 무슨 영화냐고 할 수도 있다. 스토리는 확실히 유치하기는 하다. CG도 엉성하다. 그러나 어쩌랴. 제작비가 아바타의 10분 분량에도 못 미친다 하지 않는가.

강동원의 라이벌은 화담도사 김윤석이 맡았다. "누구나 마음 속에는 짐승 한 마리가 살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능글맞은 김윤석의 연기는 그의 전작을 넘어서며 전우치를 압도한다. 이 배우의 성장, 정말 놀랍다.

배우 백윤식도 분량은 적었지만 악동 영화 <전우치>의 농담을 깊게 했다. 그리고 덜 떨어진 신선으로 나온 송영창, 주진모, 김상호도 제 역할을 다 했다. 이들이 어리숙하게 뱉어 내는 대사들은 현실에 대한 가벼운 풍자로 넘쳐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유해진임수정이다. 지금이야 김혜수의 연인으로 스타덤에 묻힐 지경이지만, <전우치>에서의 유해진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김혜수유해진을 좋아하는 이유를 <전우치>는 조금 설명해 준다. 순발력이 뛰어난 유해진의 연기력은 거의 정점에 달한 모습이다. 둔갑술 만큼이나.


전우치의 500년 연인으로 나온 임수정은 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를 충실하게 이끌었다. 감독 최동훈의 말대로 임수정은 롤리콤을 자극하는 순진무구함을 지녔다.

보쌈당하는 여인으로 나왔다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배우를 꿈꾸는 현대여성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감독들이 좋아할 만한 배우다. 청순한 이미지에 관능적인 유혹이 비치는 속살을 지닌 배우다.

관객들을 떡실신하게 것은 무엇보다 둔갑술이다.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축지법이나 둔갑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세대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교감하는 바가 많았을 것이다.

이렇게 얼토당토 안한 스토리라인 속에서도 감독이 끈을 놓지 않고 심어둔 것은 슬픔과 그래도 잊지 못할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볼 때 마다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혹시 안 보신 분들은 종영 전 한번 보시길.


제목 전우치, 2009
장르 액션, 코미디, 모험 | 한국 | 136 분 | 개봉 2009.12.23
감독 최동훈
배우 강동원(전우치), 김윤석(화담), 임수정(서인경), 유해진(초랭이), 백윤식(천관대사), 염정아, 선우선, 송영창, 주진모,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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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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