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나비처럼>은 몇가지 치명적인 시나리오 상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가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를 거의 다 끌어낸 느낌이 드는 영화다.
오프닝 샷이 올라간 후, 약 10분 동안 영화는 매끄럽지 못하고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민자영과 무명이 처음으로 조우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재성이 부재한 예술작품은 좋은 작품이 아니다라고 봤다. 관객들이 실재성을 느끼지 못하면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된 셈인지, 무명이 자객이 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을 플래쉬백하는데 상당부분을 할애했지만, 관객들을 자영과 무명의 삶으로 끌이들이기 위해서는 자영과 무명이 뒤엉킨 어린시절을 최소한 한컷 정도만 보여줬더라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실재성을 담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 중간 중간 보이는 CG의 검투씬은, 무협만화를 원작으로 한 탓도 있고, 청소년들을 겨냥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너무나 어슬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의 완성도는 제작진들이 의도했던 가슴 시린 두 남여의 사랑을 성공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것은 순전히 배우 조승우와 수애의 탁월한 연기력 덕분인지도 모른다.
조승우는 결코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 <타짜>를 소화한 배우이고, 수애는 <님은 먼곳에>서 여배우의 연기가 어떻게 작품을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만약 한국에서 세계적인 남여배우가 나온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배우 조승우와 수애의 몫이 될 것임을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잘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둘은 1980년생 동갑내기다.
명성황후 역애 수애 말고 캐스팅할 수 있는 배우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또한 명성황후를 지키는 무사의 역에 조승우말고 다른 배우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나라의 왕후가 낭인들에게 살해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역사만큼이나 안타까운 사실은 아직까지도 명성황후에 대한 제대로된 역사적인 평가가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강의를 들으러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 영화는 이보다 더한 진실을 추구했다. 그것은 바로 남여의 사랑이었다.
이 영화의 압권은 수애의 섹스씬이다. 수애가 고종과 섹스하는 동안 밖을 지키는 조승우의 눈에는 수애와 함께 했던 동굴에서의 애정신이 반복적으로 오버랩된다.
이 묘한 편집 화면들은 사랑의 본질을 간파한다. 그것이 우리네 인생에서 수 많은 사나이들의 불운한 운명이라고!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것이 무명의 태생적인 비극이다.
사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주인공은 무명이다. 무명의 명성황후를 향한 순애보적인 사랑은 범부가 흉내낼 수 없는 영원성을 획득한다. 그의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 단지 명성황후이기에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은 말할 것이다. 과연 저토록 낭만적인 사나이가 있을수 있을까? 무영이 명성황후를 사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 알 것이다.
사랑의 덧없음을, 사나이의 연정이 얼마나 비극적인 것인가를, 삶이란 그런 것이며, 결국은 부여잡지 못할, 실체 없는 사랑하나 끝까지 남아서, 모든 것을 함몰해 간다는 것을, 사랑은 그런 것이다.
* 이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섹스신의 수위가 꽤 높다. 아주 잠깐이지만 전라노출의 여성좌상위의 체위가 순간적으로 지나가는데, 15세 관람가로서는 과다노출이라는 생각이 든다.
* 최고의 배우 조승우와 수애를 캐스팅하고서도 최고의 작품을 만들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이 영화는 아마도 관객동원 4백 5십만 언저리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제목 불꽃처럼 나비처럼 The Sword With No Name, 2009<평점9.0>
장르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한국 | 124 분 | 개봉 2009.09.24 | 15세 관람가
감독 김용균
배우 조승우(호위무사, 무명), 수애(명성황후, 민자영), 천호진(대원군), 최재웅(뇌전)
장르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한국 | 124 분 | 개봉 2009.09.24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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