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호 감독의 영화 <10억>은 맹랑한 데가 있는 영화다. 나는 TV쇼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를 본 적이 없는데, 영화관에서 보고 만 셈이다. <1박2일>의 재방송 장면은 몇 번 본 것 같기도 한데, <패밀리가 떴다>는 한 장면 조차도 보지 못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차라리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를 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1박2일>류들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할말이 없다. 그렇다면 참 큰일이다.

<1박2일>을 즐겨 본 사람들은 영화 <10억>의 카메라 앵글이 영 시원찮다고 말한다. 텔레비 오락프로보다 못하단 소리다. 첫 게임으로 등장하는 뗏목 타기 장면은 내가 봐도 영 아닌 것 같다. 깃발을 낚아채는데 아무런 긴장감도 연출되지 않았다. 그 뿐이랴. 통통배를 타고 탈출하는 장면은 어의 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뭔가 급류에 휩쓸리는 장면 같은 데, 급류와 배우들은 일체화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다. <1박2일>의 애청자들의 푸념은 당연해 보인다. 감독은 일부러 최대한 연출을 자제한 듯이 보인다. 그런데, 서바이벌 게임치곤 너무 조잡했다. 요즘 이런 화면을 보고 흥분할 사람은 없다.


영화의 스토리도 진부하다. 인터넷 방송국에서 상금 10억을 내걸고 서바이벌 게임쇼를 벌인다. 여기에 8명이 참가한다.참가자 면면은 프리랜서 PD(박해일), 파트타임 알바(신민아), 고시생(정유미), 술집 호스티스(고은아), 증권사 직원(이천희) 등이다. 장PD(박희순)이 게임을 이끈다.

배우 박희순김윤진과 공연한 <세븐 데이즈>(2007)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 <작전>(2009)과 <우리 집에 왜 왔니>(2009) 등에서 꾸준하게 주연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그에 합당한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쉽다. 이 영화에서도 그의 연기는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PD는 서바이벌게임을 지나치게 단조롭게 이끌어갔다. 스릴 있었던 장면이 별로 기억되지 않는다. 오락적인 요소도 없었다. 장PD는 8명의 참가자들을 흥분과 공포의 도가니로 좀더 거칠게 몰아부쳤어야 했다. 게임 진행자라면 참가자들은 물론 관객들까지도 볼거리와 함께 극도의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

상금 10억을 차지 하기 참가한 8명의 캐릭터들도 단순한 게임쇼가 생사를 건 서바이벌게임으로 전환될 때의 충격과 공포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는 실패했다. 그들은 시종 일관 게임 참가자로서의 연기만 지루하게 이어갔다. 그들의 얼굴에서 강렬한 생존욕망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얘기다.

영화 <10억>의 궁금증은 단 하나다. 왜 장PD가 10억을 들여서 서바이벌 게임쇼를 기획했는지이다. <10억>은 이 한가지 스릴러적 요소를 가지고  광활한 호주까지 다녀왔지만, 관객들 중에서는 아마도 이 10억 게임에 참가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목 10억 십억: A Million, 2009<평점 6.0>
장르 모험, 스릴러 | 한국 | 114 분 | 개봉 2009.08.06 | 15세 관람가
감독 조민호
배우 박해일(한기태), 박희순(장 PD), 신민아(조유진), 이민기(박철희), 정유미(김지은), 이천희(최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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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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