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아카데미 출신 다섯 감독들의 단편을 한데 모은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다. 영화 한편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들었다. 주제야 에로스라고 하지만, 과연 에로스가 주제였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실망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영화의 첫번째 에피소드인 변혁 감독의 <his concern>은 남성의 여성의 다리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우리들 남자들이 여성의 다리에 대해 갖고 있는 관념을 완전히 까발리지는 않는다. 장혁과 차현정의 섹스신도 에로비디오나 다를 바 없이 에로스럽게 촬영되었다. 좀더 예술적으로 야했다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 에피소드 <나 여기 있어요>는 더 심각하다. 몸이 아픈 아내 혜림을 떠나 보낸 현우의 에로스는 과연 무엇일까. 홀로남은 자의 에로스를 잘 표현했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다섯편 중에 휘발성이 가장 강한 스토리였던 것 같다.

세번째 에피소드  <33번째 남자>는 그래도 괜찮다. 영화감독 봉찬운(김수로)이 힘들게 공포영화 촬영을 끝내고는 두 여배우 박화란(배종옥)과 김미진(김민선)의 밥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에로스를 제대로 파고들었다는 느낌이다. 에로스는 다분히 영생을 지향하고 또한 그 만큼이나 죽음을 갈망하기도 한다. 배종옥의 질펀한 섹스신동성애씬도 보기 괜찮다.


배종옥의 연기를 보는 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즐거움이라고 할 정도로 그녀의 팜므파탈 연기는 섹시했고 묘했다. 40대 후반(그녀는 1964년생이다)인 여배우가 여전히 육감적인 몸매로 과감하게 노출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녀가 얼마나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했는지를 말해준다. 

네번째 에피소드 <시작과 끝>과 고등학생 세 커플의 스와핑을 다룬 다섯번째 에피소 <순간을 믿어요>는 무엇을 말하려는 이야기인지 종잡을 수 없다. 등장인물이 많기도 하거니와 이야기의 농밀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이 영화를 보고서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극장을 나설 때 에로스가 과연 무엇인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관객들이 있다면, 이 영화는 성공한 셈이다. 어차피 에로스는 언어화될 수 없고, 영상화할 수 없는 것이니까. 우리들의 에로스는 관념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극장에서 에로스를 찾을 수 있단 생각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은 우울한 주말을 보내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제목
오감도 2009(평점 4.5)
장르 에로 | 한국 | 128 분 | 개봉 2009.07.09 | 128분
감독 변혁, 허진호, 유영식, 민규동, 오기환
배우 장혁 정민수 역, 차현정 한지원 역, 김강우 강현우 역, 차수연 안혜림 역, 배종옥 박화란 역, 김수로 봉찬운 역, 김민선 김미진 역, 엄정화 이정하 역, 황정민 민재인 역, 김효진 강나루 역, 김동욱 지운 역, 신세경 수정 역, 송중기 재혁 역, 이시영 세은 역, 정의철 상민 역, 이성민 윤정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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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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