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Archive»


영화 <김씨 표류기>는 일이 이정이 만들어 낸 정말 좋은 영화다. 일이는 감독 이해진이고 이정이라 함은 주인공을 맡은 정재영과 정려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재영과 정려원은 영화가 끝날 때 딱 한번 만나지만 영화에서 그 어느 연인 못지 않은 달콤한 교감을 주고 받았다. 

물론, 표류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은유로 가득찬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의 교감을 한정도 없이 슬로우템포로 진행한다. 휴대폰이나 문자, 챗팅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두 남여의 소통 방식에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정재영과 정려원은 그 답답함들을 특유의 연기로 풀어냈다.

주인공 남자 김씨는 회사와 여친으로부터 해고당하여 빚 독촉에 시달리다 한강으로 뛰어 들었다(사실 첫 부분 10분을 놓쳐서 김씨가 삼중고에 시달렸는지는 영화를 보면서 추론해야 했다) 그러나 한강은 김씨를 받아주지고 않고 '밤섬'이라는 곳으로 뱉어 냈다.

김씨의 표류가 시작된 셈이다. 죽는 것 마저도 맘대로 되지 않는 김씨는 밤섬에서 사르비아 꽃잎과 버섯을 양식으로 삼아 생존을 시작한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풀어가는데는 영화는 전적으로 정재영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의존한다. 정재영 말고 누가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에서 정재영은 연기자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씨의 가상한 생존투쟁을 지켜보는 이는 여자 김씨다. 여자 김씨 또한 극심한 대인 공포증으로 방안에서 인터넷넷과 달 사진만을 찍어 댄다. 두 김씨의 공통점은 현실로부터 격리된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낸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두 김씨처럼 누구나 가끔씩 자신이 세계로부터 단절되어 있음을 느끼거나 현실도피의 환상을 겪었을 것이다.

밤섬에서 김씨를 살려 낸 것은 자장면이었다. 영화에서는 자장면은 김씨의 희망이라고 표현되지만, 그것은 삶에의 강한 욕망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욕망이 없으면 삶 또한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두 김씨는 현대인의 은유로 읽히게 되는 셈이다. 여자 김씨가 쌓아 올린 인터넷 세계는 지금 이 시간에도 수 많은 블로거들이 만들고 있는 블로그스피어나 다를 바 없다. 남자 김씨가 밤섬에서 구축한 세계 또한 현대인들의 마음 한 켠에서 자라고 있는 유토피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밤섬의 유토피아는 한 순간의 태풍으로 날아가 버리고 남자 김씨는 밤섬에서 축출된다.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것은  두 주인공을 바라보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에 있다. 세계로부터 철저하게 격리되어 있었던 두 김씨에게 다시 세계로 돌아오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을 감독은 잊지 않는다.

영화의 자막이 올라 갈 때쯤이면, 관객들은 두 김씨에게 박수를 보내고 자신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씨 표류기>는 세상의 모든 표류하는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치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런 영화다. 세상은 어째튼 살아가야 하고, 누군가 지켜보고 있지 않겠는가!

* 영화를 보면서 '밤섬'이 가상의 섬이라고 생각했었는데(비서울인의 무식함이다), 검색해 보니 여의도동에 딸린 한강의 실제 섬이라는 사실에 다소 놀랬다. 밤섬(栗島)이라는 이름은 섬 모양이 밤처럼 생겨서 붙은 것으로, 원래는 고립된 섬이었으나 여의도가 점점 넓은 하중도(河中島)로 발달함에 따라 물이 적어지면 여의도에 이어진다고 한다. 

섬의 총면적은 24만 1490㎡, 해발고도는 3.0~5.5m이며, 현재 퇴적물에 의하여 섬의 면적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홍수 등으로 팔당댐 방류량이 약 5,000톤/초 이상일 때에는 대부분 범람한다고 한다. 영화에서 김씨가 완전 표류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1967년까지 62세대가 살았으나, 여의도 개발시 한강의 흐름을 좋게 하고 여의도제방을 쌓는 데 필요한 잡석 채취를 위해 1968년 2월 섬을 폭파 해체하여 윗밤섬과 아랫밤섬으로 나누어졌다. 이후 40여 년 동안 한강 퇴적물에 의하여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새들이 모이면서 도심 속의 철새도래지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1999년 8월 10일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밤섬에는 천연기념물인 원앙 1종과 밤섬 번식조류인 흰빰검둥오리, 개개비, 해오라기, 꼬마물떼새 등이 살고 있으며 철새 5,000여 마리가 찾아온다고 한다.

정재영의 다른 영화들
[무비스타/배우가 된 남자들] - '신기전'의 비밀병기 정재영
[영화리뷰/시대극·코스튬드라마] - 신기전, 조선과학의 감성을 재현하다.
[영화리뷰/범죄(갱스터) 스릴러] - 생활고에 찌든 형사와 멋쟁이 깡패 <강철중 : 공공의적 1-1>
[영화리뷰/범죄(갱스터) 스릴러] - 가슴 짠한 '거룩한 계보'

제목
김씨 표류기, Castaway On The Moon, 2009
(평점 9.0)
장르 드라마 | 한국 | 116 분 | 개봉 2009.05.14 | 12세 관람가
감독 이해준
배우 정재영(남자 김씨), 정려원(여자 김씨), 박영서(철가방 역)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