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은 대체로 마지막 결말부분이 영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우주의 모든 일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는 것이 너무 허무하다는 얘기다. 곰곰 생각해 보면 그말도 맞는 것 같다.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었다면, 우리는 어쩌면 이 지상에서 애써 살아갈 필요가 없을 테니까. 어떻게 살든 예정된 결말을 맞이해야 하니까 말이다.
우리들의 모든 일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결정론과 모든 것은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결정론은 과학계의 오래된 해묵은 논쟁거리다. "신은 결코 우주를 상대로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아인슈타인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미래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뿐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초점은 결정론이 맞는지, 비결정론이 맞는지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노잉>은 1959년 한 초등학교 개교 기념일로 돌아가서 50년 후에 꺼낼 타임캠슐을 봉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 소녀는 그림 대신 귓가에 속삭이는 숫자들을 그대로 종이 위에 빼곡하게 적어 넣었고, 그 종이는 50년 후 개교기념일에 개봉되어 천체물리학 교수 존 코스들러(니콜라스 케이지)의 아들인 캘럽 (챈들러 캔터버리)의 몫으로 돌아간다.
천체물리학 교수 존 코스들러는 아내를 잃은 후, 우주는 철저하게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비결정론적인 우주관을 갖고 살아간다. 그러나 아들의 종이에서 발견한 숫자들이 지난 50년간 발생한 대형 참사의 발생일자와 사망자 수란 것을 알고 아연실색한다. 존 코슬들러 역을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에서 보여주었던 고뇌에 빠져 술에 쩔은 명연기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존 코스들러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고를 막아보려고 해 보지만, 자기 자신이 무력한 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뿐이다. 어두운 객석에 앉아 존 코슬러의 좌충우돌을 지켜보는 관객들도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력감을, 꼼짝없이 앉은 채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의 첫 시퀀스처럼 재난장면을 미화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그리고 싶었다는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염원은 비행기 추락 장면과 지하철 탈선 장면에서 성공적으로 재현되었다. 단 하나의 숏으로 촬영한 비행기 추락 장면은 다큐멘터리 필름처럼 사실성이 잘 살아 났다. 화염에 휘말린 사람들이 관객들 앞으로 뛰어 오는 장면들은 다시한번 인간존재의 무력감을 상기시키는 장치들이다,
<노잉>의 긴장감은 과연 종이에 적힌 숫자들이 실제로 발생할 것인가라는 의문으로 생겨나서, 그 일은 과연 막을 수 있는가 하는데서 배가되어 간다. 여기까지 관객들은 대체로 존 코슬러와 동일시되어 숫자의 의문을 푸는데 머리를 맞대고 사고를 막는데 힘을 보탠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 나이트 사말란의 <해프닝>(2008)을 연상시키는 결말 부분에 다다르면, 관객들은 감독이 내린 결말에서 허무함을 느끼며 이탈하기 시작한다. 우리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허무맹랑한 결론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만약 우주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라면, 이 영화의 결론은 대단히 합당한 결론이다.
도전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결정론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자신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이미 프로그램밍되어 있다면 얼마나 재미없고 허무한 일인가. 그렇다고 우주가 우연에 의하여 굴러가고 있다고 믿는 것도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일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노잉>은 인간을 발가벗겨 보여주고는, 인간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 중요한 것은 결정론이든, 비결정론이든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두려운 것이 아닐까.
이 영화에서 존 코스들러의 아들 캘럽 역을 맡은 챈들러 캔터버리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에서 8살 벤자민 역을 맡았던 아역배우인데, 이 꼬마의 이미지가 제법 신비롭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다른 영화들
[영화리뷰/드라마 * 코미디] - 알콜중독자와 창녀의 지독한 사랑이야기,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영화리뷰/범죄(갱스터) 스릴러] - 선악의 충돌과 치유, 페이스 오프
[영화리뷰/SF & 판타지, 모험] - 내셔널트레저 1편, 흥미진진한 모험담
제목 노잉 Knowing, 2009(평점 9.0)
장르 미스터리, SF, 스릴러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 121 분 | 개봉 2009.04.16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존 코스틀러), 챈들러 캔터버리(존의 아들, 캘럽), 로즈 번(다이아나 웨이랜드), D.G. 맬로니(낯선 방문자), 라라 로빈슨(다이아나의 딸, 애비 / 루신다 엠브리), 나디아 타운젠드(존의 여동생, 그레이스), 앨런 홉굿(존의 부친)
장르 미스터리, SF, 스릴러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 121 분 | 개봉 2009.04.16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존 코스틀러), 챈들러 캔터버리(존의 아들, 캘럽), 로즈 번(다이아나 웨이랜드), D.G. 맬로니(낯선 방문자), 라라 로빈슨(다이아나의 딸, 애비 / 루신다 엠브리), 나디아 타운젠드(존의 여동생, 그레이스), 앨런 홉굿(존의 부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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