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적 감수성’이란 말이 무엇인지 사전에 찾아봤다. 아직 사전에는 없다. 아마도 <펄프 픽션>(1994)에서 파생된 신조어일 것이다. <펄프 픽션>을 연출한 쿠엔틴 타란티노가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 낸 셈이다.

그의 영화들에는 내용이 없다. 문화적인 컨덴츠는 더더욱 없다. 나아가 윤리나, 도덕 따위의 고상함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의 영화들은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간밤의 정액이 약간은 남아 흘러내리고 있는 찢어진 콘돔 같다.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는 1963년 테네시주 크녹스빌에서 태어나 2살 때 남부 LA로 이주해 거기서 자랐다. 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자란 타란티노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광인 어머니를 따라 극장을 들락거리며 싸구려 영화들을 맘껏 봤다.


16살에는 배우가 될 결심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캘리포니아 맨해턴 비치의 대형 비디오 가게에 점원으로 취직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여기서 그는 하루 종일 할리우드 고전영화, 유럽 예술영화, B급영화들을 닥치는 대로 보며 손님들에게 비디오를 추천했다. 수많은 영화들을 괴물같이 폭식한 그는 먼저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이 되기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의 시나리오로 영화화된 작품들은 <트루 로맨스>(1993), <내츄럴 본 킬러>(1994), <펄프픽션>(1994), <황혼에서 새벽까지>(1996) 등이다. 타란티노는 시나리오를 판 돈으로 <저수지의 개들>(1992)을 만들어 드디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 "저수지의 개들"에 출연한 쿠엔틴 타란티노. 과연 개일까.


타란티노의 시나리오를 보고 반한 하비 케이틀은 그를 적극 지원하여 <저수지의 개들>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였고, 제작비 150만달러를 들인 이 영화는 고다르 이후 가장 뛰어난 데뷔작이라는 과찬을 받으며 타란티노는 당대의 주목받는 감독이 되었다.

<저수지의 개들>은 흔히 싸구려 문화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들 한다. 잔혹감을 유머로 즐기는 이 영화에는 창고 속에서 잠자고 있던 온갖 영화들이 기지개를 켜며 시끌벅적하게 비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펄프 픽션>과 <재키 브라운>(1997)은 순식간에 1990년대 새로운 영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영화 "플래닛 테러"에 출연한 쿠엔틴 타란티노. 배우로서도 존재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배우가 되겠다는 꿈은 그 자신이 직접 풀었다. 자신이 연출한 <저수지의 개들>에서 미스터 브라운을, <펄프 픽션>에서는 지미를, 로베르트 로드리게즈의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 조지 클루니의 동생 등으로 은근 슬쩍 출연하며 비중있는 배우가 되었다.

<펄프픽션>으로 1994년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그는 내친 김에 <플래닛 테러> 등을 제작하며 할리우드의 프로듀서와 배급일까지 척척 해내고 있다. 물론 감독으로서도 <킬빌>(2003), <킬빌2>,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공동 감독한 <그라인드 하우스>(2007), <데쓰 프루프>(2007) 등 문제작들을 발표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다.

올해는 오랜만에 그가 감독한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2009)를 만나볼 수 있다. 브래드 피트와 다이앤 크루거가 공연할 것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나치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들
저수지의 개들 * 90년대 영화 스타일을 연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
하비 케이텔 * 거들먹거리는 마초성과 치열한 지성의 공존
추억의 영화를 찾아서, <펄프 픽션>
플래닛 테러|기분 전환에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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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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